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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주인노릇

2010.05.04 최종수정 348

  6.2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흔히 ‘민심은 곧 천심’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어떤 경우든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뜻을 하늘의 명령으로 알고 성실히 따르겠다는 엄중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같은 입으로 ‘국민 여론은 우리 편’이라는 말도 툭하면 내뱉곤 한다. 그러고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여러 사람 가슴 헤집는 일들을 참 쉽게도 저지른다. 그럴 때마다 특정 현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민심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들은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기에 그렇게 확실하게 민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심히 유감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은 아예 민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민심을 존중하겠다고 말하지만 자신 이 속한 정파와 생각이 다른 민심까지 존중할 생각을 하지는 않는 셈이다.


  그런데 정치의 관점이 이렇게 ‘나와 너’를 가르는 식으로 단순해서야 이 사회가 정치 선진화를 이룰 만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극단적으로 다른 주장으로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 공공의 이익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 그것이 정치의 기술 아니겠는가. 매사 충돌하고, 제 앞만 바라보는 최근의 정치 현실이 암담하다.


  아무튼 함부로 민심을 입에 올리고 그 민심이 내 편이니 나는 내 뜻대로 하겠노라고 공언하는 정치인이라면 그는 위험한 생 각을 하는 정치꾼임이 분명하다.


  훌륭한 정치인이라면 항상 삼가는 태도로 시간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민심을 묻고 또 물을 일이지 제 확신을 곧 하늘의 뜻이라도 되는 양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값싼 자기 확신을 공동체의 분명한 미래상인 것처럼 과대 포장하는 이들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헛된 약속이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6월의 선거는 이러한 냉철한 국민의 의사를 드러내는 값진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민심의 주체인 유권자 자신의 반성도 필요하다. 주인 된 자가 스스로 주인답게 행세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머슴이 주인의 자리를 넘보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그런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정치꾼들이 함부로 민심을 농락할 수 있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민심의 주체들이 제 역할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주인노릇을 어떻게 했기에 전국의 그 많은 단체장들이 임기조차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을 하는가 말이다. 사람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잘못, 무관심을 하나의 표현으로 착각한 잘못이 우리들에게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노릇을 제대로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선거에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 의심하지 말고 그냥 참여하면 된다. 그렇게 해야 선거판이 건강해질 수 있다.


  100이 참여해야 할 선거에 고작 30 정도가 참여할 것이 확실 하다면 정치꾼들은 판을 흔들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80이 참여하고 마침내 100이 참여한다면 더 이상의 불순한 장난은 불가능해진다. 비로소 왜곡하기 어려운 민심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 손으로 그렇게 만드는 것 그것이 주인의 지위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오늘날 아산시는 명실공히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성장 도시이다. 우리 지역에서 대한민국 무역 흑자의 60%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아산 정도의 경쟁력과 비전을 갖춘 도시는 없다. 따라서 시장은 물론이요 의회 일꾼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능력과 함께 고도의 윤리감각도 필요하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우리 유권자들이 현명해야 한다.


  사사로운 이해관계와 연고 의식을 버리고 냉철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손으로 세운 일꾼들이 감히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이번 선거에서 주인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결국 아산의 운명은 우리들 손에 달려 있다.


       
  < 순천향대학교 총장 손풍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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